{2017/11/03} 권기훈/나의 안부를 묻다


모처럼 나에게 다녀왔다
묘비명에 술을 붓고 기도했다
가슴 떨리는 그리움이건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아직 나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몇 년, 몇십 년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것이
모두 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참으로 어리석은 나날이었다
세상은 그저 푸석한
한 개의 풀빵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길을 걷다가 만난 풀 한 포기에도
내가 걷어찬 돌부리 붉은 영혼 앞에서도
소년처럼 설레며
그동안 무심히 뿌려놓았던 일상의 씨앗들이
파랗게 싹이 돋고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도
역시 어리석은 나날일 뿐
나 자신이 그저 푸석한
한 개의 풀빵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으니까

나는 다만 나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만으로
아직도 분명한 나를 만나지 못한 채
또 다른 그리움으로 풍선 같은 배를 채우며 살아간다

내가 찾는 나는 나 같은 그대이므로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부르짖는 것은
아직도 나 같은 그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있으며
또 다른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와 나의 만남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꿈과 꿈, 혹은 나와 내가 만나려는
찰라, 별똥별만 한
내 머리에 치여 나는 날마다 죽는다

그때마다 나는 나를 떠난다
내가 나를 떠난다
나와 나는 낯선 우주를 떠다니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안부 문자 뒤엔 항상 위로받고 싶은
무언의 점선을 남긴다

초침 소리 같은 점선은 점점 길어진다
점선의 길이만큼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고독한 문자는 또 다른 문자를
그리워하지만, 용기가 없다
어리석음의 끝은 또 다른 끝과 만난다

드디어 나는 나룻배를 타고
나의 무덤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또 다른 나의 문자를 받았다
나는 나의 또 다른 이름
가슴 떨리는 그리움에 안부 문자를 보낸다
나는 오늘도 나 같은 너의 영혼을 만나기 위해 산다


   선정의 변 :  시를  쓰는 화자가 화자 자신이고 미래의 화자이다 .  지루할 수 있는 문장  행간 마다 진솔한
                     자신의 독백을 담고 있다.  우린 어쩌면 죽기 위하여 아니 죽어가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서 자신의 무덤을 드나들며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미래의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인의 발상을 재미있게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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