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2}                     유전자
                                      - 최연정 시인
내가 어릴 때
산골마을 냇가는 여인네의 빨래터였다

생판 모르는 시집식구에게
남편이란 살를 섞고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삼년
봉사 삼년을 살며
자신의 영혼을 길들여 가는
시집살이는 움직이는 감옥 이었으리라

아낙네의 한을
빨래방망이로 두들겨 잘게 부셔
졸졸 시냇물 소리와 함깨 흘러 보내고

옷에 묻은 식구들의 때는
뱀 같은 마음이 있다면
맑은 물에 씻어 내려가 버리라고
울렁울렁 흔들어 댔다

때때로 속 썩이는 자식의 흠담을 나누며
그 인간 그 집 종자가 그러니
그 놈이 그럴 수 밖에
씨 도둑을 할 수 있어야지
그 밥에 그 나물이지 라며 방망이를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쳤다

우리 조상의 아낙네는
멘델이 육의 유전법칙 발견 이전. 태초부터
영육간의 유전자를 알고 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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