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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빛에 물든 그 여자의 손 / kjhoon12 2017/11/24 11:11:30
시인학교   - Homepage : http://www.poetschool.net Hit : 417 , Vote : 133     

흙빛에 물든, 무청 같은 그 여자의 손


토양에 맞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작물에 맞는 토양을 만들어
친환경 영농을 하던 시절,
땡볕에 땀 흘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흙빛에 물든 그 여자의 손을 보려고
반 마장이나 돌아서
그 집 앞 텃밭 가를 걸었다.

담쟁이 넝쿨이 무성한 붉은 벽돌집
열댓 평이나 됨직한 텃밭에
파 꽃이 필 때면 파를 가꾸었고
여름날엔 짙푸른 옥수숫대와 함께
고구마와 감자의 *북을 줄 때도 있었다

가장자리엔 멋없이 키 큰 접시꽃이
잎을 매달았다가 꽃을 피울 때도 있었다
나는 유난히 풋내나는 열무를
한 줌만 뜯고 싶어
그 밭 가에 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해마다 무청이 반쯤은 드러난 위로
파란 무 잎이 아침 햇살에 찰랑댈 때면
나는 또다시 흙빛에 물든
무청 같은 그 여자의 손을 보려고
반 마장이나 돌아서
그 집 앞 텃밭 가를 걸을 것이다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
북(을) 주다  
흙으로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다.

  선정의 변 : 시를 쓰는 시인은 자기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것을 시를 쓰기 위한 고뇌라 하기도 하고
                  명명짓는 하나의 뇌전증 같은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자체가 하나의 모티브이면서 잔잔한 자기 흐름을 잃지 않는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평안함이 돋보여 금주의 시로 선정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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